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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Alltag & Spiese

어린날의 이글루

단영 檀榮 2017. 6. 15. 11:55

제게 '어린날의 이글루'라고 하면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몇 년쯤 전엔가 이글루스 블로그를 한 적이 있어서, 그 이글루를 칭하기도 하고, 진짜로 어린날에 만들려고 했던 눈집을 칭하기도 하고요. 오늘의 이야기는 두번째 이글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얼마전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대학교 이후에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입니다 :) 1학년 때 만난 같은 과 동기였는데, 어쩌다 말걸게되어서 (아마 수업시간이었나 과제였나 물어본거같네요) 그 뒤로 밥도 같이먹고 "(어디)가자!" 하는데 끌려다니고, 제가 자취를 하게되자 "밥해줘, 기숙사 밥 맛없어" 를 시전해서 밥도 같이 해먹었죠. 키도 저랑 비슷하고, 귀엽게 생기진 않았는데 행동이 귀엽고, 여러가지 의미로 저를 잘 챙겨주는 친구입니다. 지난 해에도 제 생일에 생일선물을 주고 만나서 케이크같은것도 사주더니 자기 생일엔 선물 뭐받을지 생각도 안해놔서...... 제가 지금 다섯달째 생각나면 들들볶고있는 친구입니다. 니 생일선물 뭐받을지 얼른 내놔! 하고요. 그러면 맨날 기억이 안나, 모르겠어, 필요한거 없는데- 로 저를 고통스럽게 하죠. 후... 또 볶아야겠어요 생각난김에.


이 친구를 만나서 방탈출 카페에 갔었어요. 시간 정말 금방 가더라구요. 두 곳을 다녀왔는데, 제가 추리력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 그동안 제 추리력을 키워준 미드와 코난에게 감사하며(?) 밥을 먹고 카페에 갔지요. 방탈출 카페는 그럭저럭 재미있긴 했어요. 그 와중에 스포일러 금지인건 당연한거고 할 생각도 없었지만, 친구나 가족한테도 스포일러 하면 법적 대응 들어간다고 해서 좀 웃었네요. 제가 제 가족들한테 말하는걸 어떻게 알고 고소를 시전하시려고..


아, 이런 삼천포로 빠졌군요. 아무튼 밥먹고 간 카페에 젠가가 있었어요. 그래서 수다를 떨면서 젠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좀 오래 된 곳에 있는 젠가가 그렇듯이 어떤건 잘 빠지고 어떤건 꽉 끼어있고 그랬어요.



요렇게. 한번은 친구가 이기고 한번은 제가 이겼죠. 그런데 두세판 하니 젠가도 귀찮아져서 젠가 블록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죠.


이런걸 만들어버렸어요. 원래 집을 만들려고 했는데 친구가 그 위에 안테나를 달아버려서. 뭐랄까 가로로 쌓을려니 이글루가 생각났는데 블록 갯수가 모자랐어요. 그래서 세로로 쌓았던거죠. 저러니까 자연스럽게 이글루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저는 어렸을때 이글루를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었어요. 그 해 제가 살던 지역에는 정말 눈이 많이 와서 지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네모난 반찬통 (제법 큰 것)을 가져다가 눈을 꾹꾹 채워서 눈벽돌을 만들어서 쌓기 시작했죠. 어린마음에 되겠지 하고 시작했는데 꽤나 고생했어요. 눈이 꾹꾹 눌러담으면 압축이 되어버려서.. 생각보다 눈의 양도 모자라지, 날은 춥지, 2인용으로 만들려고 하니 이글루가 커야해서 옆면 벽 쌓는데 진도는 더뎠죠. 설상가상으로 하루에 다 안끝나니까 이튿날 또 하려고 보면.. 햇볕에 벽이 녹아서 어제 쌓았던 벽이 약간 낮아져있어서 또 쌓아야했으니까요. 노동이었어요 그건 정말.


결국 마당에 쌓인 눈으로는 다 안되어서 옆집 마당의 눈도 가져왔지만 결국 다 짓지 못했는데, 어쩌다보니 옆집 눈을 치워준 모양새가 되었고 우리집 마당은 땅이 질척여서 엄마가 굉장히 싫어하셨다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글루 안은 따뜻하다던데... 그때 완성을 못해서 그런지 아직도 좀 미련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만들라고 하면 안하겠죠? 겨울에 이글루 체험하는 곳이 있으면 거기나 가야하려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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