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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Alltag & Spiese

기차를 타고서

단영 檀榮 2017. 6. 19. 20:31


지금은 무궁화 1409 열차를 타고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어딜 가면 기차를 탔습니다. 그때엔 아빠가 자가용이 없으시기도 했지만 아빠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야하는' 버스보다 '돌아다닐수있는' 기차를 선호하셨거든요. 그렇다고 그걸 타시면 돌아다니시는 건 아니었어요. 보통 가만히 앉아서 주무시거나 그랬죠. 저는 기차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버스가 나을 때가 있으면 버스를 타는데, 아빠는 직행 기차노선이 있으면 거의 무조건 기차를 타시더라고요. 스스로 앉아있길 선택하는 것이 억지로 앉아있어야하는 것보다 나으신가봐요. 뭐, 확실히 도중에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자유로운게 좋으니까요. 휴게소에 들르는 버스라면 괜찮은데 아니라면…


아무튼 아빠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저도 기차를 좋아하는데, 저는 기차역도 좋아하고 열차 자체도 좋아해요. 철덕이라고 하기엔 모자랍니다. 기차역도 못외우고 차종이라던가 시간표를 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도 독일에 갔을때 철도 노선도를 집어와서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관하고 있답니다.  



겨울에 다녀온거라 눈이 내려서 바닥이 하얗죠. 빨간 기차도 너무 이쁜것 같아요.


예전엔 버스랑 기차를 비교하면 정시성이니 뭐니 그런걸 따졌는데 요새는 버스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죠. 전용차선이 있는게 이유일겁니다. 전용차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거같은 명절시즌을 빼면요. 기차는 명절이든 아니든 정시성 측면에선 훌륭하죠. 딱히 사건이 발생하거나 기상이 악화되지않으면 늦는 경우가 드물고, 늦어도 많이 늦는 경우는 더더욱 드무니까요.


최근에는 버스가 기차보다 조금이라도 싸니까 버스를 타는 경우도 꽤 많아지긴했는데요, 그래도 멀리 나갈 일이 생기면 기차표 먼저 확인을 하게 되더라고요. 좋은 건 어쩔 수 없나봐요. 그런데 해가 가면 갈수록 무궁화나 새마을 편성이 줄어들고 KTX 나 KTX-산천의 편성이 늘더라고요. 무궁화나 새마을을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적진 않을텐데, 가격 때문일까요? KTX 편성을 늘리는 이유가 뭐랄까, 속도보단 돈이 주된 목적인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해요. 너무 그러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철도는 누가 뭐래도 처음에 레일을 깔 때 국가에서 세금으로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서 지은거니까요. 저는 빠른 건 빠른대로 느린건 느린대로, 그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아, 벌써 다음 역이 내릴 역이네요. 기차를 타면 기차만의 감성과 지난 추억과, 어디론가 떠나는 것에 대한 설렘이 뒤섞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을 수밖에 없나봐요. 조만간 여행을 갈 생각인데 그때도 기차를 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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