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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Alltag & Spiese

우렁강된장 만들기

단영 檀榮 2017. 6. 25. 11:24

지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집에 모내기랑 집안일을 도와주고 왔습니다 (그래서 저번에 기차를 타고서 집에 간거구요). 가끔 어떤 사람들은 손으로 모내기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농약을 드론으로도 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농업용 드론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던걸요. 아무튼 벼는 이앙기로 심습니다. 가끔 이양기라고 잘못 알고계신 분들도 있는데 이앙기입니다. 아니 그건 그렇고 그렇게 가서 일도 하고 오랜만에 엄마 밥도 먹고 하는데 아빠가 문득, 우렁이를 가져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빠 : 우렁이 한보따리씩[각주:1] 가져가.

엄마 : 한보따리 얼마나?

아빠 : 밥그릇 한 공기만큼 가져가.

엄마 : 한보따리라더니 그거밖에 안줘?

아빠 : 안줘

나 : (밥그릇 큰거를 가리키며[각주:2]) 응 이만큼!

아빠 : 이게 쪼금줄랬더니 한술더뜨네.

나 : 잇힝★


이런 대화를 거쳐 우렁이를 득템하였습니다. 사실 우렁이도 요샌 마트에 팔긴 파는데요, 그래도 엄마아빠는 사먹는 것보단 집에와서 가져가라고 하시는 편이세요. 이번에 고추장도 한 통 담아왔고요. (프로 루팡러 노동 2호) 된장도 또 조만간 담으러 가야해요. 저는 고추장보다 된장을 좋아해서, 고추장은 400g 정도 되는 한통 먹으려면 1년쯤 걸리고, 된장은 같은 양이면 3달이면 끝나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챙겨서 가는 날 엄마가 강된장을 만드셔서 쌈 싸먹었는데 아빠가 문득,


"이런거 가져가면 이렇게 해먹을 줄이나 아나 몰라."


라고 하셔서... 딸래미 해먹을 줄 알거든요 호호호, 하고 만든 강된장입니다.





재료는 이렇게 준비해주세요.


된장 2큰술, 고추장 1큰술, 다진마늘 1큰술,  애호박 1/2개, 양파 1개, 새송이버섯 1개, 우렁이 1줌, 청양고추 4개, 깨 약간, 다시마/멸치 육수 2컵, 전분가루 약간



1. 양파, 애호박, 새송이버섯은 잘게 다져주세요.

  너무 잘게는 말고 좀 씹히는 감각은 있을 정도로. 취향에 따라 크기는 조절해주시면 됩니다.


2. 뚝배기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양파와 애호박, 새송이를 약간 볶아줍니다.

  전 큰 뚝배기가 있어서 거기에 끓였는데, 냄비에다 끓이셔도 괜찮아요.


3. 육수를 볶은 재료들이 잠길만큼만 부어주고,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서 풀어줍니다. 다진마늘도 넣어주세요.


4. 볶은 재료들이 익은거 같으면 우렁이를 투척합니다. 청양고추도 넣어주세요.

  우렁이는 삶아서 껍질을 까둔 상태(마트엔 보통 이 상태로 팝니다)라서 처음부터 넣으면 질겨져요. 청양고추는 매운거 싫으시면 패스하시거나 한 개만 넣어주세요.


5. 다시 끓으면 전분물로 농도를 조절합니다.

  전분물은 넣을수록 강된장이 되직해지죠. 비벼드실거면 약간 묽어도 괜찮고, 쌈용이라면 되직한게 좋아요. 취향대로 조절해주세요.


6. 마지막으로 깨를 뿌리셔도 되고 안뿌리셔도 됩니다. 끝났습니다.

  상에 올리실 때는 냄비나 뚝배기 통째로 올리시는 것보단 드실만큼만 덜어서 놓으시는 게 좋아요. 침이 들어가면 아무리 냉장고에 넣는다고 해도 변질되기 쉽잖아요. 다시 끓여서 넣으시면 되긴 한데 그럼 우렁이가 질겨지니까요.



비벼드실때는 동치미의 무랑 무청 잘게 썰어서 비벼드시면 완전 맛있어요. 저 오늘 그렇게 아침밥 먹다가 아침부터 과식해서 으윽... 우렁강된장은 호박잎 찐거랑 먹을때 정말 맛있는데, 호박잎 찐거 없으시면 상추에 싸먹어도 맛있습니다. 아마 저대로 만드셨으면 한 끼 드신걸로는 남으셨을텐데, 통에 덜어서 냉장보관하셨다가 입맛없을때 아무것도 없이 밥에다 쓱쓱 비벼먹어도 괜찮아요.


전 저렇게 만들어서 사진으로 엄마한테 자랑 겸 해먹을줄 알거든 하고 시위(..)를 마쳤습니다. 아, 아직도 배불러요. 아침먹은지 세시간 넘었는데...



  1. '씩' 인 이유는 모내기를 위해 노동2호(저)와 노동1호(언니)가 집에 와있었기 때문입니다. 딸이 셋인데 전부 따로살아서 다 따로따로 주시거든요. 노동3호(동생)는 놀러갈 돈모으러 알바중이라 이번에는 불참하였습니다. [본문으로]
  2. 밥그릇은 작은거 큰거 두종류인데 아빠가 말한건 작은 공기이고 제가 가리킨건 큰 공기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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